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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에 대한 압수수색-변호사의 비밀유지권 1 - 법률신문 독자평 2
Updated: Jan 9
최근 한 법무법인 변호사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화제다. 그래서 변호사의 의뢰인과의 의사교환에 대한 비밀유지권(Attorney-Client Privilege, "ACP")이 다시 언론에 회자된다. 아래 법률신문 기사를 보고 한번 생각해 보았다. 꾸준히 문제제기가 되고 변호사법 개정안도 발의되지만 왜 입법적으로 해결되지 않는가? 물론 나도 변호사의 입장이다 보니 당연히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독립적인 시각을 갖기는 어렵다는 점을 먼저 인정한다.
1. 우리나라 법제가 영미와 같은가?
영미는 증거법(Evidence)을 하나의 독자적인 법체계로 인식하지만 우리나라는 각 소송법에서 이를 달리 인식한다. 우리와 달리 영미는 특권(Privilege)에 대한 법제가 발달해있다. 이제까지 국회에 발의된 법안들은 모두 영미식의 변호사의 포괄적인 특권(privilege)으로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증거법에 대한 규율이 소송법 별로 다른 이상 이를 구분해서 살펴보고, 처방도 구분해서 해야 하지 않을까?
2. 증거개시제도와 사법방해죄의 존재
영미의 민사소송에서는 증거개시제도(Discovery)가 존재하고, 당사자들에게는 증거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또한 허위자료 제출 등으로 수사나 재판절차를 방해하는 행위를 사법방해(obstruction of justice)로 보아 중범죄로 처벌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논의중이기는 하지만 증거개시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이 있기는 하지만 증거개시에 비하여 당사자들에게 증거를 의무적으로 공개하게 만드는 실효성이 낮다. 사법방해죄의 도입도 논의된 적이 있으나 도입되지 않았다. 위증죄나 증거인멸죄, 공무집행방해등이 존재하나 영미의 사법방해죄에 비해 덜 위협적이다.
따라서 영미에서는 민사소송에서 당사자들이 증거를 제출할 의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ACP를 행사할 필요성이 매우 큰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민사소송에서 ACP를 인정할 필요성은 비교적 낮다.
3. 민사소송과 형사소송
반면 형사소송에서는 압수수색을 통해서 증거제출이 강제되므로 비밀유지권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런 측면에서 변호사법 개정보다는 형사소송법의 개정으로 형사소송절차에 ACP를 먼저 도입하고, 민사소송에서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증거개시제도와 함께 ACP의 도입을 논의하는 것이 우리 사정에 맞는 처방이 될 수도 있다.
물론 현재 형사소송법에도 압수거부권이 존재하기는 하나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으면 무용지물이고, 압수물을 봉인하는 절차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아 실효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형사소송법 제112조). 그렇다면 형사소송에서 ACP가 반드시 필요한가?
4. 형사절차에서 실체적 진실 발견과 공정한 절차의 보장
보다 근본적으로 변호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형사절차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과 공정한 절차를 보장하는 것이 충돌하는 측면을 보인다. 사실 당사자를 변호하고 있는 상대방 변호인의 자료를 가져간다는 것은 절차적 측면에서 바라보면 반칙이다. 공정하고 대등한 싸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가 바라보는 '정의구현'의 관점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면 핵심 증거를 가지고 있는 변호인을 압수수색할 필요도 존재한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법 체계를 바라보면 실체적 진실 발견이 공정한 절차보다 더 우위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보여진다. 정의(正義)를 사람마다 달리 정의(定義)할 수 있겠지만 공정한 절차를 일부 희생시켜서라도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여 죄를 범한 사람에게 벌을 주는 것을 정의라고 정의하는 듯하다. 물론 무엇이 '공정한 절차'로 정의할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이고..
<이즈음 역사를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결국 법이라고 하는 것도 그 문화권 공동체가 살아온 삶의 궤적을 반영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